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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by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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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20. 22:50 Re-View/연극/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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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서 또는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있나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작품을 보고 아름답고 행복해서 눈물을 흘린 작품은 작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에 불이 들어왔는데도, 극중 인물들과 영원히 아름다운 그 공간 안에 머물고 싶은 기분에 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렇게 착하고 아름답고 아련한 작품이 있다니..
내 손 안에 작은 나비 혹은 작은 천사가 들어와 있구나 :)





# 가장 친했던 친구의 송덕문을 쓴다는 것.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이하 스옵마)의 줄거리는 이렇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스 위버. 또 그가 어렸을 적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앨빈 켈비. 토마스는 앨빈의 갑작스런 의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앨빈의 장례식에서 낭독할 송덕문을 작성한다. 앨빈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책의 챕터를 넘기듯이 하나하나 떠올리며 관객들과 함께 과거로 되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서 앨빈이 어떤 존재였는지 아주 천천히 깨닫게 된다.

현재의 토마스를 화자로 세우고, 과거 앨빈과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며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작은 마을에서 함께 놀며 자랐던 두 친구의 이야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어린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뭐든지 함께했던 가장 친했던 친구. 지금도 그 친구와 함께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다.

그러나 토마스는 앨빈의 추억에 대해서 마냥 미소만 지을수는 없다. 이 지점을 기점으로 쌓이고 쌓인 감정이 이 극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젠 정말 괜찮다는 안도의 카타르시스.





# 무대, 조명, 연출, 그리고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

스옵마에 매료된 이유는 단지 슬프고 아름다운 줄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무대장치 및 조명, 연출, 넘버가 말 그대로, '죽여준다'!!!!!!!

앨빈의 아버지가 하셨던 작고 오래된 서점 '새책과 헌책'은 앨빈과 토마스가 어렸을 적 놀았던 둘만의 아지트였고 또한 어른 토마스가 내면의 꽂아둔 기억을 꺼내는 영감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 중요한 책방을 무대 위에 그대로 옮긴듯한 느낌이다. 너무너무너무 예쁘다는 말 밖엔 표현할 길이 없다.. ㅠㅠ 소극장 공연 답게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조명도 줄거리를 따라가며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앨빈이 엄마 이야기를 할 때 벽에 걸린 모자그림에 불이 들어온다든지, 아버지의 모자를 비춘다던지 하는..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종이를 소품으로 활용한 연출이다. 무대 곳곳에 쌓여있는 종이는 토마스의 기억이 되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를 집필하는 노트가 되기도 하고 곳곳에 쌓여있는 눈(雪)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넘버들.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들 또한 스옵마에서 가장 중요한 매력 중 하나다. 클래식한 스코어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뒷편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의 앙상블을 듣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집약되어 위에서도 언급한 맨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한다. 아름다움의 카타르시스. 아름다워서 흐르는 눈물..






# 암전 및 퇴장이 없는, 인터미션 없는 2인극 소극장 뮤지컬의 묘미

대극장 뮤지컬도 좋지만 소극장 뮤지컬에 2인극은 그만큼 감정의 농도가 짙고 두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 극에 푸욱 빠져 몰입하게 되기 때문에 참 좋다.

스옵마는 약 100분동안 인터미션 없이 배우 단 2명이서 꾸려가는 작품이다. 이런 2인극 뮤지컬은 배우들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석준, 고영빈, 이창용, 조강현, 정동화)은 모두 그 역량을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발휘하고 있다. 객석까지 밀도있게 꽉꽉 차는 느낌이 압도적이다.

각 배우가 해석하는 캐릭터가 다르고 상대 배우와 연기할때의 시너지가 또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떤 페어를 보더라도 작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페어를 보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는 내 얘기죠. ^_T)

 


# 스옵마 예습 혹은 복습하기 : 영화 <멋진인생>(미국, 1946)과 <멋진인생>(한국, 2011).



1946년작 미국 영화 <멋진인생>(원제: It's A Wonderful Life)은 마크 트웨인의 책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극중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작품 중 하나다. 대부분 톰소여의 모험은 세계 명작이기 때문 잘 알지만,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로 친숙한 <멋진인생>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멋진인생>과 『톰 소여의 모험』극 중에서 앨빈과 토마스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특히 <멋진인생>속 대사 "종이 울릴때면 천사의 날개가 돋는다!" 또는 천사 '클레란스'를 알고 가면 스옵마를 마음으로 느끼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느껴지는 감동도 배가 될 것이다 :)




2011년작 한국영화 <멋진인생>은 실제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뮤지컬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 초연 스옵마 배우들 그대로. 뮤지컬 배우들의 이야기를 실제 스옵마의 스토리라인에 따라 풀어낸 영화다.

영화 속에 실제 스옵마의 연출과 음악감독의 (연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뮤지컬 실황을 보는 듯한 무대의 모습도 볼 수 있어 아주 좋다. (※주의! 공연 모습이 그대로 나오니 스포일러 싫어하는 분들은 공연 전엔 피하시길.)



# the STORY of MY LIFE, 내 삶의 이야기.

어렸을 적 가장 친했던 친구. 그 친구와 나의 비밀장소. 친구와 내 이야기. 현재의 나. 상처. 회상. 추억.

이 키워드를 보고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스옵마를 보고 나오면 치유되는 느낌이다.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해주는 느낌이랄까. '친구'가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알아차리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요즘 여러 이유로 외롭거나 힘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요즘 대학로 소극장 연극/뮤지컬 레퍼토리가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물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만큼 신선한 소재와 작품성을 갖춘 작품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앨빈의 송덕문을 작성한 이후, 토마스가 쓴 '눈속의 천사들'의 서문엔 앨빈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들어가 있지 않을까. :)





*공연 사진 출처: 플레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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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bby콩